Oct 17 2007
개발자 부족이 낳은 기이한 현상? 당연한 현상인 것 같은데요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고 생각해 보아도 이 분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네요.
CEO의 관점만으로 현재의 현상을 읽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5throck 님의 현재의 ‘현상’ 에 대해 지적하신 세 가지 문제는 문제가 아닌 것도 있고, 궁극적으로 개발자가 조장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지적하신 부분입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자를 구하다 보면,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경력이나 능력을 가진 분들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발을 해야 하는 PM이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일단 개발자를 구하면 쓸 수 밖에 없는 형편인데,
개발을 진행함에 있어서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투입했을 때의 진척관리상의 문제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문제는 교육 측면과 인력 측면(경력에 비해 능력이 안되는 경우 혹은 경력이 안되는 경우)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교육 측면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경력이나 능력을 가진 분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이나 필드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필드에서 주먹구구 식으로 배워 왔고 일해 왔기 때문에 프리랜서 시장에도 제대로 된 능력을 가진 개발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고, 이는 개발자 개인의 게으름도 있을 수 있지만 회사에서 지원을 하지 않은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1차적으로 시간을 주지 않고, 2차적으로 금전적, 교육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겠죠. 물론 전체 회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인력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초급, 중급, 고급을 막론하고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또한 그런 문제로 상당한 문제를 겪고 있고, 지인들의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초급보다는 중급이, 중급보다는 고급이 인력이 부족합니다. 이는 지금 잠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전부터 그래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일까요? 분명 해는 지나 경력은 점점 쌓여 가고, 초급 인력은 중급 인력으로, 중급 인력은 고급 인력으로 발전해야 되는데, 그들은 대체 어디 있나요?
개발자 사이의 사회 현상을 살펴보면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능력 있는 개발자는 아주 대우 좋은 회사에서 근무하거나, 공무원, 공기업, 금융, 개인 사업 등의 업종 갈아타기를 하거나, 아예 해외 취업을 합니다. 일반 중소기업에서 근속년수 채우기엔 미래도 불분명하고 페이는 낮으며 회사에서는 관리직으로의 전향을 요구합니다. 그렇다고 프리랜서를 하자니 프리랜서야말로 ‘젊은 시절에 빡세게’ 벌고 빠지는 수단으로써의 메리트가 더 강하지, 안정성 면에서는 어떤 보장도 없습니다. 프리랜서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프리랜서 시장에 뛰어들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복합적인 측면에 의해 프리랜서 시장에 능력 있는 개발자는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지적하신 부분입니다.
현재 초급 개발자 단가가 비상적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고급이나 중급개발자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초급 개발자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분들이 중급 혹은 고급의 개발자 단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IT경력이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도 프로젝트 경험이 전무한 인력들조차도 이런 요청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 지적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으니 짧게 쓰겠습니다.
프로그래머가 박봉인 원인은 어디까지나 시장 원리에 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정부의 IT 인력 양성화 정책 및 IT 인식 뻥튀기) 개발자에 대한 희소성이 별로 없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박봉으로 연결되었겠죠.
그리고 지금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개발자에 대한 인식은 바닥에 가깝습니다.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개발자에 대한 희소성이 엄청나게 상승했습니다. 당연히 대우나 페이가 상승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별별 사람 다 있을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능력도 경력도 되지 않는데 페이를 말도 안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겠죠.(저도 개발자이지만 그런 사람들 좋은 눈으로 안보게 됩니다. 단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럼 그 사람을 안쓰면 됩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나요? 그럼 시장 원리를 따르셔야겠죠. 개발자들이 이전에 어쩔 수 없이 박봉을 선택한 것 처럼요.
세 번째로 지적하신 부분입니다.
일에 대한 프로페셔널리즘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제 주변의
PM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프리랜서 개발자분들을 인터뷰를 할 때 야간근무나 주말에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까칠하게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제 직종이 컨설팅이다 보니 업무가 많은 경우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좋아하지 않지만 부득불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완성도보다는 근무여건의 정도나 업무의 난이도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좀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접근 방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컨디션 좋은 날의 1~2시간 일하는 분량이 컨디션 나쁜 날 하루 종일 일하는 분량보다도 많은 게 개발의 특성입니다. 이를 핵심으로 놓고 현상을 보셨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야근과 주말근무는 오히려 프로페셔널리즘을 해하게 됩니다. 당장 자고 싶고 쉬고 싶은데 일에 대한 완성도가 눈에 보일까요?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근무여건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효율성이 떨어질 것인데, 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당연하죠.
업무의 난이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프리랜서로 뛰게 되면 공부할 시간을 따로 주는 일은 없을텐데, 당연히 자신이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요? 오히려 저에게는 이 쪽이 더 프로페셔널해 보이는군요. 리스크 감당을 전적으로 개인이 해야 되니까요.
일에 대한 완성도는 억지로 쪼아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에 흥미를 갖게 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선물입니다. 개발자들이 ‘내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 그 일 만큼은 정말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프로젝트 환경을 만들어 주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개발 아웃소싱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있을 일이고, 이 또한 시장 원리대로 흘러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아웃소싱으로 주력 모듈이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문제를 유발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에 언급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국내 개발자들 전부가 도태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해외 취업으로 살아남겠죠.)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개발자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개발자 하향 평준화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것을 보더라도 당장이라도 그런 변화의 과정을 한 번쯤은 거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